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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례문화가 변했으면 좋겠다 본문

일상스토리

장례문화가 변했으면 좋겠다

세상관람 2024. 5. 5. 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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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가족을 잃는 건 참 비극적이고, 마음이 아프다. 삶의 한 부분이 무너져 간다.

이 슬픔을 견딜 수 있게 해주는 건 바로, 나와 함께 있어주는 든든한 사람들인 가족, 친구, 동료들이다.

장례식을 치를 때면, 이들은 늘 만나기 마련이다. 무뚝뚝한 것 같지만, 언제나 힘이 되는 존재들인 것이다.

특히나, 장례를 치를 때, 방문해서 나의 얘기를 들어주는 것, 괜찮냐고 한 마디 해주는 것은 참으로 위로가 된다.

 

2008년 이었던 것 같다. 외할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말이다. 시골에서 혼자 사시던 할머니가 운명을 하셔서, 많은 가족들이 모이게 되었다. 벌써, 16년 전의 이야기이고,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당시의 그 동네 장례식장 분위기는 이랬다. 온 가족이 친족들이 모여서 장례식장에 모여서 손님을 함께 맞이하고, 3일장 동안, 장례식장에서 머무르며 온돌 바닥에서 잠을 잤다. 별도의 방 같은 것은 없었다. 특실이 아니어서 였는지, 별실이 있었는지 자세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인상적이었던 것은 50여 명이 넘는 친족들이 모두 모여서 장례식장에서 3일을 함께 있는 것이었다. 그러고 나서 어르신의 나체와 수의 착용 모습을 보고, 선산으로 이동해서 묘를 만드는 일정이었다.

 

당시에도 그랬지만, 늙은 여성의 평상복을 벗기고, 수의를 입히는 모습은 그 자체로도 놀랐지만, 이 한 여성이 만든 가족이 얼마나 많은가를 생각했었고, 그녀의 자녀와 자녀손들이 이렇게 모여서, 그리고 그녀의 형제자매의 자녀와 자녀손들이 이렇게 모여서 그녀의 마지막 가는 길을 보는 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살아 있는 자의 입장에서 죽은 자의 가는 길이 외롭진 않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어디까지나 살아있는 나의 생각이었다. 죽은 자는 말이 없으니 말이다.

 

그러고 또, 몇 년 지나지 않아 친할아버지, 친할머니가 1년 사이로  돌아가셨다. 외할머니가 돌아가신지 몇 해 되지 않았고, 분위기는 비슷했다.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친족들이 모여서 그와 그녀를 회상하였고, 평상복을 수의로 갈아 입혔다. 친족들은 여전히 온돌바닥에서 낮에는 손님을 맞았고, 밤에는 다같이 좁은 공간에서 잠을 뒤척였다.

 

코로나19에도 죽음은 여전히 찾아왔다. 젊은 분이 돌아가셨을 때는 노인의 죽음과는 달랐다. 많은 사람들이 슬퍼했다. 물론, 슬퍼하기 보다 살아있는 사람들을 걱정하는 이들도 있었다. 그래도 장례식장에서는 죽은 자를 돌아보는 것이 좋을 것 같았는데, 앞서 나가다보니 주변 사람들의 욕을 들을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남은 사람은 외롭지 않게 그리고 애들도 키워야 하니 재혼해야 되지 않냐는 말 말이다. 굳이 장례식장에서. 참 나.

 

코로나19에는 장례식장에 참석할 수 있는 인원이 정해져 있었다. 동시접속자 수와 같은 개념으로 면적당 들어갈 수 있는 인원이 제한되어 있었다. 사실 이 제한이 별의미가 없기도 했는데, 그 이유는 코로나19에 걸릴까봐 다들 모이기를 꺼려하기도 했고, 정부도 이를 철저히? 관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사실, 이 때부터 장례식장 온돌바닥에서 잠을 자지 않았다. 늙은 노모가 계셔서 굳이 이 불편한 곳에서 어머니를 모시고 싶지도 않았고, 나도 고생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른 가족들이 어떠했는지 기억나지 않지만, 친할아버지의 장례식에서는 아주 가까운 가족 몇 분들만 있었고, 나머지는 과거와 같이 함께 자거나 그렇지는 않았다.

 

주변 지인의 장례식을 다녀온 기억, 직계가족의 장례식을 몇 번 치르다 보니 장례문화에 대해서 여러 생각이 든다. 1이장, 3일장, 5일장 뭐 이렇게 있긴 하지만, 각자 자신의 상황에 맞게 치르지만, 대개 3일장으로 운영하는데, 특별히 무언가를 선택하지 않으면, 유교식 장례식을 치르고, 죽은 이를 중심으로 함께 모여서 시간을 보내며 죽은 자를 잊어가는 과정을 겪는데, 장례문화가 계속 이렇게 가는 것이 맞을까? 꼭 시간을 많이 보내야 할까? 슬픔을 어떻게 해야 반감할 수 있을까? 사랑하는 사람을 어떻게 하면 좋게 떠나 보낼 수 있을까 잊을 수 있을까 하는 이런저런 생각을 해 본다.

 

서양 사람들을 보면, 한 사람씩 나와서 고인이 누워있는 목관에 손을 대고 기도하거나, 한 사람씩 나와서 마이크에 대고 고인과 함께 했던 시간들을 조금씩 나누는 장면들도 보았던 것 같다. 과거와는 달리, 대가족이 아니여서 십여 년 전과 같은 장례문화는 이제 보기 어려워 보인다. 장례식을 하게 되면, 가족들이 직면하는 다른 한 가지는 장례비용이다. 손님들에게 제공하는 밥값, 장례식장 비용, 장례관련 비용들이 적게는 1천만원, 보통은 2천만원 까지 나오는 것 같다. 대개는 부의금으로 해결되지만, 남은 돈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도 유산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도 남은 숙제인 것이다. 장례식장에 가면, 장례문화라는 것이 장례지도사의 도움을 받아 진행되는데, 꼭 이런 식으로 해야 할까? 시간마다 '재'라는 것을 지내는 것이 고인을 돌아보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과거와는 달라진 장례분위기에 낯설어지면서도 장례 본연의 의미에 대해서 생각해 보고, 문화가 바뀌었으면 하는 마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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