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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일상
넷플릭스 아내 초등학생이 되다 시청 후기 본문
제목만 보면 그냥 넘길 뻔했다.
‘아내 초등학생이 되다’라니.
판타지 설정에 일본 드라마라고 하면 살짝 망설여지는 게 솔직한 심정이다.
그런데 넷플릭스 알고리즘이 계속 밀어붙이길래 한 편만 보자는 마음으로 틀었다.
그게 실수였다.
한 편으로 끝나지 않았다.
이야기는 이렇다
10년 전 교통사고로 아내를 잃은 후, 살아갈 의미마저 잃어버린 케이스케는 살아 있지만 살아 있지 않은 좀비처럼 지낸다.
딸 마이 역시 엄마의 죽음 이후 소극적이고 무기력한 나날을 보내며 아버지와 대화조차 없다.
그러던 어느 날, 초등학생 여자아이가 나타나서 본인이 케이스케의 아내이자 마이의 엄마라고 주장한다. 
설정만 들으면 황당하다.
죽은 아내가 초등학생으로 환생해서 나타난다는 게 말이 되냐.
근데 이 드라마는 그 황당한 설정을 가지고 굉장히 조용하고 진지하게 이야기를 풀어낸다. 자극적인 장면도 없고, 큰 사건도 없다.
그냥 가족이 함께 밥 먹고, 산책하고, 이야기 나누는 장면들이 이어지는데, 그게 마음을 치고 들어온다.
뭔가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감정
드라마를 보면서 여러 번 멈췄다.
멈추고 좀 있다가 다시 재생하는 그 패턴.
케이스케가 직장에서 처음 만난 타카에가 만들어준 도시락을 좋아하며 교제 끝에 결혼했다 는 설명이 나오는데,
그 평범한 일상의 기억들이 쌓여서 만들어진 부부의 시간이, 한순간에 끊겼다는 게 드라마 내내 배경처럼 깔려 있다.
환생한 타카에는 초등학생의 몸이지만 생각은 어른이다.
습자 시간에 달필로 글씨를 쓰거나, 반 친구들의 아이다운 소동에 초등학생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 언동을 많이 보인다. 
그 어긋남이 처음엔 어색하다가 나중에는 오히려 더 짠해진다.
어른의 감정을 가진 채 아이의 몸으로 다시 가족 곁에 와 있다는 게.
초등학생 마리카를 연기한 배우가 특히 인상적이다.
배우의 이름은 마이다 노노인데 2011년생으로
표정 하나로 ‘이 아이가 어른이다’라는 걸 전달하는데, 감정이 과하지 않고 절제되어 있어서 더 오래 남는다.
또 다른 흥미로운 배우는 모리타 시마토다.
살색의 감독 무라시니에서 여주인공으로 아주 섹시한 여성이었는데
이 드라마에서느 매우 순박한 오피스 상사로 등장한다.
어디선가 봤는데 잘 모르겠어서 검색해서야 겨우 알아차렸다.
이 드라마가 진짜로 하고 싶은 이야기
한 가지 생각이 계속 들었다.
이게 단순히 죽은 아내가 돌아오는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
케이스케와 마이는 타카에가 떠난 후 10년 동안 멈춰 있었다.
밥은 먹고 회사는 다니는데, 실제로는 그날 이후 시간이 흐르지 않은 것처럼 살았다.
타카에가 초등학생의 모습으로 다시 나타나면서 두 사람은 비로소 다시 살기 시작한다.
슬픔에서 빠져나오는 이야기인데, 그 방식이 판타지라서 오히려 더 직접적으로 다가온다.
현실에서는 잃은 사람이 돌아오지 않는다.
그래서 남은 사람들이 어떻게 다시 살아갈 수 있는지를,
이 드라마는 판타지라는 방식을 빌려 보여주는 것 같다.
결말은 쓸 수 없지만
스포일러는 하고 싶지 않다.
다만 결말 즈음에서 진짜로 한 번 울었다.
예상은 했는데도 울었다.
예상이 되는데 울린다는 건 드라마가 그만큼 잘 만들어졌다는 뜻이기도 하다.
케이스케의 꿈속에 타카에가 현몽하여 감동적인 마지막 인사를 건네는 장면 이 있는데,
그 장면에서 말이 별로 없다.
긴 대사가 필요 없었다.
그게 더 좋았다.
이런 사람에게 추천한다
잔잔한 드라마를 좋아하는 사람,
가족 이야기에 약한 사람, 상실이라는 감정을 다룬 콘텐츠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분명 맞을 것이다.
다만 자극적인 전개나 빠른 호흡을 원하는 사람에게는 좀 느릴 수 있다.
이 드라마는 조용히, 천천히 들어온다.
한 가지 확실한 건,
다 보고 나면 주변 사람한테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는 거다.
그 감각 하나만으로도 볼 만한 드라마다.
